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제가 가장 자주 화를 냈던 시기가, 동시에 제 확신이 가장 강했던 때였습니다. 일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요. 이 글은 그 연결고리를 짚어보고, 실제로 화를 줄이는 데 써먹을 수 있는 방향을 정리한 것입니다. 알고리즘 버블이 우리를 더 화나게 만드는 이유저희 아버지는 매일 저녁 정치 유튜브를 보십니다. 처음에는 관심 있는 콘텐츠를 몇 개 클릭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비슷한 논조의 영상만 연이어 추천받고 계십니다. 그리고 자기 의견과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금방 언성이 높아지십니다. 예전에는 이게 단순히 성격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르게 보입니다.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 ..
참 이상했습니다. "모든 의견은 추측에 불과하다"는 말이 혼란스럽게 들리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대학 시절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제가 확신했던 것들, 그 확신이 오히려 저를 얼마나 외롭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우리는 매일 추측을 합니다저도 처음엔 연역법과 귀납법만이 논리의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역법(deduction)과 귀납법(induction) 사이에 제3의 추론 구조가 있습니다. 바로 가추법(abduction)입니다. 가추법이란 대전제는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결론을 먼저 확인한 뒤 소전제를 역으로 추론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그럴 걸"이라는 추측의 논리 구조입니다.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길바닥이 젖어 있습니..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스스로를 자율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고 있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직장인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진짜 이유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자율성을 잃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사의 지시, 조직 문화, 월급에 묶인 생활.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 삶에 자율성을 가지고 오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는 상사에게 맞춰주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도 그걸 전부 "어쩔 수 없는 일"로 분류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묘하게 무기력해졌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채, ..
면접장 앞에서 심장이 두근거렸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랬고, 지금 제 동생이 딱 그 상황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하게 찾아와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세 군데 면접에 합격해서 현재 최종 면접을 준비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동생에게 가장 먼저 건넨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너를 평가 대상에 두지 마라."면접 긴장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면접 전날 밤, 잠이 안 오는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떨려서가 아닙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건 인정 중독(approval addiction)과 깊이 연결된 문제입니다. 인정 중독이란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의존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머릿속에 불특정 다수가 나를 심사하고 있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이 미룬다면 믿어지십니까? 처음에는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과거를 돌아보니 정확히 그랬습니다. 잘하고 싶어서,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시작을 못 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요. 꾸물거림과 완벽주의, 이 둘이 사실은 한 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미루는 습관과 완벽주의미루는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계에서는 꾸물거림의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낙관주의형, 자기비난형, 현실저항형, 자극추구형, 그리고 완벽주의형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심리적 부작용이 크다고 알려진 유형이 바로 사회부과 완벽주의(Socially Prescribed Perfectionism)입니다. 여기서 사회부과 완벽주의란, 자신이 원..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5년 동안 저를 괴롭힌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지만, 사실 그 말은 제 안에서 조용히 곪고 있었습니다. 왜 그 말이 그토록 오래 저를 따라다녔을까요. 그 답을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분노하는 이유는 동의하기 때문입니다후배가 저에게 대놓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가 더 예쁘고 성적도 좋으니 선배보다 우월하다고요. 그 자리에서 저는 "하나도 안 타격받는다"는 표정으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5년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뭐였을까요.나중에 상담 과정을 통해 깨달은 건, 제가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수용(cognitive acceptance)이라고 합니다. 인지적 수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