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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스스로를 자율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고 있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
직장인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진짜 이유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자율성을 잃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사의 지시, 조직 문화, 월급에 묶인 생활.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 삶에 자율성을 가지고 오는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는 상사에게 맞춰주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도 그걸 전부 "어쩔 수 없는 일"로 분류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묘하게 무기력해졌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채, 그냥 떠밀리듯 하루를 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내면 소통(internal dialogue)입니다. 내면 소통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떤 언어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 즉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 방식을 말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한다"와 "내가 선택해서 한다"는 행동 자체는 같더라도, 그 해석이 달라지면 심리적 결과가 전혀 달라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개념을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로 설명합니다. 통제 소재란 내 삶의 결정이 내 안에서 비롯된다고 느끼는지, 아니면 외부 상황이나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느끼는지를 나타내는 심리적 지표입니다. 통제 소재가 내부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같은 어려움을 겪어도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외부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쉽게 무력감에 빠집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제가 직접 이 차이를 느꼈던 건 꽤 사소한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원하지 않는 프로젝트에 투입됐고, 처음엔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을 바꿔봤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거부하면 평가가 나빠지고, 그게 더 싫으니까 내가 선택해서 하는 거다.' 이렇게 바꾸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힘이 생겼습니다. 억지로 하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 일을 하는 느낌이 됐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으로서 통제 소재를 내부로 가져오기 위해 실제로 도움이 됐던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매일 아침 "왜 내가 오늘 여기에 출근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이걸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로 문장을 바꿔본다
- 현재 직장 생활이 더 큰 목표(경험 축적, 자본 마련 등)를 위한 능동적 선택임을 자주 상기한다
이게 자기기만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내면의 언어가 달라지자 같은 상황에서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vs 직장, 정답은 없다: 자기 결정성이 핵심이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결국 창업해야 진짜 내 삶을 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창업을 못하고 직장에 남아있는 스스로를 어느 정도 한심하게 바라봤습니다.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은 때려치우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잘못된 시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창업이 직장 생활보다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주변에서 실제로 창업한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직원 월급 걱정에 밤을 새우고, 투자 유치에 번번이 실패하며, 자기 자신을 위해 쓸 돈조차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이는 확인됩니다. 국내 신생 기업의 5년 생존율은 30%를 밑도는 수준으로, 창업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입니다. 자기 결정성 이론이란 인간이 행복하고 동기부여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중요한 건 창업이냐 직장이냐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했다는 느낌이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자율성(autonomy)이란 외부 압력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서 행동이 비롯된다는 심리적 감각을 말합니다. 창업을 해도 투자자 눈치를 보며 방향을 강요당한다면 자율성이 낮은 상태고, 직장을 다녀도 내가 이 시기에 이 경험을 쌓기 위해 선택했다는 인식이 있다면 자율성은 유지됩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다시 돌아봤을 때, 저는 실제로 꽤 합리적인 선택을 해왔습니다. 현재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초기 자본을 마련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그 선택이 나쁜 게 아니었는데, 스스로 그 선택을 나쁘게 포장했다는 겁니다. "못 나가서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지금은 여기서 뭔가를 챙기는 중"이라고 생각했더라면 훨씬 에너제틱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은 자율성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으로, 계획·판단·자기조절 등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합니다. 반대로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이 반복되면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는데, 편도체는 위협 반응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과도하게 자극될 경우 불안과 회피 반응을 강화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무력감을 느꼈던 게 결국 뇌 수준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셈입니다.
어떤 선택이든 자기 결정성이 살아있을 때 사람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결국 더 빨리 원하는 곳에 닿게 됩니다. 직장인으로서 삶의 주인이 되는 건 퇴사 여부와 무관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왜 이 선택을 했는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면, 그게 이미 자율성을 되찾은 시작입니다.
삶의 통제권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일은 거창한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오늘 하루 "어쩔 수 없이"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내가 선택해서"로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작은 인식의 전환이 쌓이면, 같은 상황에서도 훨씬 단단하게 설 수 있습니다. 이 글이 그 작은 시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