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잘 못해서 혼자가 됐다고요? 직접 겪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오히려 관계를 너무 잘하려다보니 상처받고 지쳐서 아예 포기해버린 게 저였습니다. HSP(고감도 민감인, Highly Sensitive Person) 성향에 완벽주의까지 섞인 저로서는, 모든 관계에서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감정소비가 많은 건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주변 사람이 다 떠났다고 하면, 보통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이 있죠. "저 사람, 성격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스스로를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여러 번 거치면서 전혀 다른 원인을 발견했습니다.HSP란 주변의 감정, 시선, 분위기를 비HSP에 비해 훨씬 강렬하게 처리하는 신경계 특성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제가 가장 자주 화를 냈던 시기가, 동시에 제 확신이 가장 강했던 때였습니다. 일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요. 이 글은 그 연결고리를 짚어보고, 실제로 화를 줄이는 데 써먹을 수 있는 방향을 정리한 것입니다. 알고리즘 버블이 우리를 더 화나게 만드는 이유저희 아버지는 매일 저녁 정치 유튜브를 보십니다. 처음에는 관심 있는 콘텐츠를 몇 개 클릭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비슷한 논조의 영상만 연이어 추천받고 계십니다. 그리고 자기 의견과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금방 언성이 높아지십니다. 예전에는 이게 단순히 성격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르게 보입니다.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 ..
처음 공부를 잘 하게 됐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참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어도, 수학도, 과학도 참 흥미롭고 재미있었죠. 그래서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들한테 끊임없이 질문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성적을 받고, 높은 성적 때문에 주변에서 칭찬해주자 저는 모범생 지위를 잃는 게 두려워졌던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 성취라는 결핍이 저를 갉아먹기 시작하고, 완벽주의가 생겼습니다. 1등이 되기 위해, 성취를 위해 공부했죠. 그때부터 아마 공부는 제게 즐거움이 아닌 생존의 수단이 되었을 겁니다. 회피하고 싶고 싫은 대상이 된 거죠. 결핍을 쫓는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삶은 결코 행복한 삶은 아니었습니다.완벽주의가 일을 망치는 이유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뭔가 중요한 ..
올해 초, 아침에 눈을 떠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꽤 길게 이어졌습니다. 연인과의 관계도 삐걱거렸고, 직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여가는데 그걸 해소할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기력이 이렇게 사람을 잠식하는구나,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무기력이 '기운 없음'이 아닌 이유 — 인지적 무기력무기력을 처음 겪을 때 대부분은 에너지 문제로만 생각합니다. 잠을 더 자면, 영양제를 먹으면, 쉬면 나아지겠지 싶은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건 조금 달랐습니다.무기력의 핵심은 에너지 저하가 아니라 인지적 무기력(Cognitive Helplessness)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여기서 인지적 무기력이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부정적으로 굳어버리는..
솔직히 저는 한동안 제 상태가 우울증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그냥 요즘 좀 지쳐 있나보다, 회사가 힘든 시기니까,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모임에 나가도 분위기에 섞이지 못하고, 사람들이 웃을 때 혼자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의 시작: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집니다처음에는 단순히 외향적이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건 그 이상이었습니다. 누군가 연락이 오면 받기가 싫고, 카톡을 읽고도 답장을 못 보내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회사에서 번아웃이 겹치고 나서부터는 특히 심해졌는데,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가 계속 신경 쓰였습니다. 말을 꺼내려고 하면 비교당할 것 같아서 주저하다가 결국 말을 더듬는 상황까지 왔습니다.이런 증상을 사회적..
무엇이든 확실하게 말하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직장인이 되고 나서 한동안 방황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뭐든 자신 있게 말하고 행동했던 대학 시절이 그리웠고, 매사에 우물쭈물해지는 제 자신이 영 못마땅했습니다. 그런데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들여다보다 보니, 그런 변화가 성숙의 증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신념의 역설 — 확신할수록 얕아지는 이유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에서는 신념(belief)을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여기서 신념이란 태도(attitude)가 여러 차례 반복되어 굳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태도만큼 빠르게 변하는 것도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신념이라는 말 자체가, 변하기 쉬운 것을 변하지 않을 것처럼 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