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DHD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예전보다 훨씬 대중적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 "나 ADHD 아닐까?" 의심한 적이 있습니다. 지루한 자리에서 다리 떨기를 멈추지 못하거나, 회의 중에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잦았거든요. SNS에서 ADHD 밈을 보면 전부 제 얘기 같고,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꺼내들었더니 몇 개가 체크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더군요. 지금 이 글은 그 경계에서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씁니다.성인 ADHD 유병률, 왜 지금 이렇게 늘고 있나국내 성인 ADHD 진단 건수가 1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것도 증가 속도가 아동·청소년보다 성인 쪽이 훨씬 가파릅니다. 이 숫자만 보면 갑자기 ADHD가 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달리 해석해..
대한민국 성인의 불안장애 평생 유병률은 약 9.3%에 달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저는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나는 해당 없는 얘기'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가만 들여다보니, 플랜 A부터 D까지 촘촘하게 짜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자는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불안이 만들어내는 착각: 위험 과대평가불안 연구에서 빠지지 않는 개념이 위험 과대평가입니다. 여기서 위험 과대평가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을 마치 내일이라도 당장 닥칠 것처럼 믿는 인지적 오류를 말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의 창시자 애런 벡은 불안을 만드는 인지 왜곡을 네 가지로 정리했는데, 위험 과대평가가 그 첫 번째입니다. CBT란 감정과 행동이 생각의 패턴에 의해 결정된다는 전제 아래, 왜곡된 인지를 수정..
인사이동 때문에 직무가 바뀌고 처음으로 정시퇴근을 하게 됐을 때, 저는 행복할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유 시간이 생기자 찾아온 건 설렘이 아니라 묘한 불안과 무기력이었습니다. 바쁨이 곧 나 자신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멈추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에서 출발한 불안 관리와 무기력 탈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불안 관리의 심리학: 불안이 에너지가 되려면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불안이 없으면 더 편하고 행복할 거라 생각했는데, 심리학 연구들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불안 수준과 성과를 측정한 연구들을 보면, 고성과자들이 오히려 불안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안이 전혀 없는 사람은 움직일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여기서 핵심은 불안의 유무가 아니라 불안..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나가서 뛰어봐"라고 했던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렸는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운동이 우울감을 줄여준다는 걸 누가 모르겠습니까. 정작 시작이 안 되는 게 문제인 것을요. 오늘은 우울할 때 운동이 어려워지는 이유와 현실적인 해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우울할 때 운동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우울해서 누워 있는 건지, 누워 있어서 우울한 건지. 이 질문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들리는 게 맞습니다. 실제로 두 방향 모두 성립합니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는 이를 신체-정신 상호작용(mind-body interaction)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신체-정신 상호작용이란, 몸의 상태가 감정과 사고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감정 상태가 신체 반응을 ..
요즘 저는 습관처럼 게임을 켭니다. 근데 어떤 날은 게임을 끄고 나서 개운하고, 어떤 날은 괜히 한 것 같은 찜찜함이 남더라고요. 그 차이가 뭔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꽤 의미 있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 게임이 도움 많이 된다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면 아직도 "그게 무슨 도움이 돼?"라는 반응을 마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신의학 연구에서는 게임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코티솔이란 신체가 스트레스 상황에 반응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이 수치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수면 장애나 불안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이 수치가 낮아지고 심박수와 긴장도가 함께 떨어진다는 거죠.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몰입(fl..
충동적이고 산만한 게 꼭 나쁘기만 한 걸까요? 저는 한동안은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중을 못 한다, 충동적이다, 계획성이 없다. 그게 단점이라고만 여겼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산만함이 오히려 저를 살아남게 한 힘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ADHD를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하나의 특성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ADHD, 이렇게 작동합니다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이 ADHD를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비유가 있습니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여기저기 튀어다니는 모습입니다. 이게 바로 주의조절 장애인데, 여기서 주의조절이란 특정 대상에 집중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는 뇌의 실행 기능을 말합니다.저도 기질 검사에서 자극 추구 점수가 상당히 높게 나온 적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