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오늘 회의에서 한 발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내 말을 이상하게 들은 건 아닐까.' 저도 한동안 그 생각을 끊지 못했습니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 하루가 가볍고, 아무 반응이 없으면 하루 전체가 무거워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그게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인정 중독(approval addiction)의 신호일 수 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인정욕구가 중독으로 바뀌는 순간"인정받고 싶어하는 게 나쁜 건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그냥 욕심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인정 욕구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어떤 일을 잘했을 때 주변이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문제는 그 욕구가 인정 ..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제가 눈치를 본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저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넌 감자튀김 참 좋아하네"라고 말했을 때, 저는 반사적으로 "아니야, 다른 것도 좋아해"라고 했습니다. 감자튀김을 먹고 싶으면서도요. 그 친구가 다른 걸 먹고 싶어서 그렇게 얘기한다고 생각해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거죠. 그 순간이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설령 친구가 그런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감자튀김을 먹고 싶다고 말해야지만 친구와 조율을 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메뉴를 정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어린 시절 나를 작게 만든 것들 — 애착 손상의 흔적애착 이론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꽤 불편했습니다. 보울비(John Bowlby)가 말..
오랜 시간 동안 저는 제 예민함을 성격의 문제로만 여겼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하루가 망가지고, 운전 중 끼어드는 차 한 대에 심장이 쿵 내려앉던 날들도 말이죠. 그런데 그게 성격이 아니라 편도체가 지나치게 자주 활성화되는 뇌의 반응 패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상하게도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분노는 강함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저는 화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는 그게 원칙이 있고 기준이 높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냥 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분노와 두려움은 다른 감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바로 편도체(amygdala)의 활성화입니다. 편도체란 뇌의 측두엽 안쪽에 자리한 아몬드 모양의 구조물로, 위협적인 상황을 감지하면 즉각 신..